제목:천국보다 낯선

<천국보다 낯선>이 안내한 이 세계가 이장욱의 독자들에게 아주 생소하지만은 않을 것이다.이 세계의 신선함이 약하다

는 뜻이 아니라 그가 오래 탐구해 온 세계가 이번에도 발생했다는 말이다. "이야기는 언제나 끝이어서야 시작할 수 있는

이상한 나라" "나는 <내 바깥에서 태어"나는 순간들(실종), "자꾸 무너지면서 또 발생하는 세계"(뒤), 상투적인 일상을 즉단

하는 시선의 어떤 각도에만 일순 포착되었다가 이내 증발하고 마는 이 세계는, 그렇지만 현실을 떠나고서야 만나지는 다른

세계가 아니다. 우리의 심리적, 관념적 현실은 매 순간 분명하고 통합적인 세계를 그려 보지만, 이 세계가 얼마나 다면적이고 이질적인지 우리는 잘 알고 있지 않은가. "겨울에는 겨울만이 가득한가? 밤에는 가득한 밤이?"라고 묻는 계절도 있는

것이다. 현실을 초월하지 않지만 그것을 수용하지도 않으려는 어떤 자세가 맞딱뜨린 세계의 불모성이 이 당혹스럽고도 

매혹적인 계절을 출현시킨다. 그래서 이 낯선 계절의 소설을 만약 비사실적이라거나 초현실적이라고 말한다면 우리는 동

의할 수 없다. 이장욱의 <천국보다 낯선>은 다면적 세계의 모순과 혼돈을 창작의 동인과 작품의 구조로 전며화한 사실적

소설이다.주체를 타자화하고 시간을 입체화하고 공간을 다층화함으로써 불현듯 열려진 다른 그라운드에서 다른 속도로 

흘러 다니는 '사실들"의 타오르는 이야기다. 우리는 이제 "다른 계절에 속한 별"이 되어, 아직 길들지 않은 그 궤적들을 "생시"처럼 기억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아주 구체적인 사건"이 될 것이다. 우리 소설의 신서사가 이렇게 이미 발생했기 때문이다.